면역학은 어떤 학문이고,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을까?
면역학은 비교적 새로운 의학 분야입니다. 면역학은 감염에 대한 신체의 방어기전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많은 미생물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공존하는 다양한 장내 미생물이 있기도 하지만, 병원성 미생물은 우리 몸에 침입하여 질병을 일으킵니다.
우선 사람들은 이 병원성 미생물이 전파되어 대규모 역병을 이겨내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절실했으며, 이러한 연구가 거듭되면서 면역학은 발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면역학(immunology)의 영어 어원을 살펴보면, 라틴어 munis(공공 복무, 국민의 의무 등을 뜻함)에 부정의 접두사(im-)가 붙은 immunitas에서 나온 것으로, 세금이나 노역, 특히 병역을 면제받는 것을, 즉, 전쟁터 등에서 죽을 위험에서 벗어남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포스트에서는 면역학이 태동하는 초기역사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사에서 면역의 개념을 최초로 언급했던 것은 언제일까요?
보통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인 투키디데스가 기원전 430년에 아테네 상황을 기술한 것을 최초로 꼽습니다.
그는 당시 전염병이 덮친 아테네 상황을 기술하면서, '전염병에서 회복된 사람들만이 환자를 간호하게 할 수 있었다'라고 하였습니다. 아마 전염병에서 회복된 사람들만이 병에 다시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이를 볼 때 이 시기에도 사람들은 면역 현상을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었지만, 의학적 지식에 기반하여 면역 현상을 활용하기까지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했습니다.
15세기에 중국인과 터키인이 의도적인 방법으로 면역을 유도하였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들은 당시에는 매우 치명적이었던 천연두를 예방하기 위해서, 환자의 천연두 고름에서 나온 딱지를 흡입하거나 피부에 작은 상처를 내서 집어넣었다고 합니다.
<에드워드 제너 : 우두 고름을 활용한 천연두 백신 >
1798년 서구에서 의도적으로 면역을 유도하여, 면역학에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한 사람은 바로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입니다.
제너도 천연두 퇴치를 목적으로 연구하였는데, 사람에게는 증상이 가벼운 우두(Cowpox, 소에 발생하는 천연두. 사람에게도 전파 가능.)에 걸린 젖 짜는 여성은 천연두에는 면역이 된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껴, 제너는 우두 고름에서 나온 액체를 사람에게 접종하면 천연두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담하게도, 그는 이를 직접 사람에게 테스트해 보았는데요. 8세 소년에게 우두 고름에서 나온 액체를 접종하였고, 소년은 가벼운 증상으로 우두를 이겨내었습니다. 이후 제너는 이 소년에게 진짜 천연두를 감염시켰습니다. 다행히 예상대로 아이는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실험은 면역학에서 중대한 돌파구를 제시했다고 평가받습니다. 천연두를 퇴치하기 위해 우두를 접종하는 제너의 기술은 유럽 전역에 빠르게 퍼졌지만, 다른 질병에 적용되는 데는 거의 한 세기가 걸렸습니다.
<루이 파스퇴르 : 콜레라, 탄저균, 광견병 바이러스의 약독화 백신 >
과학자가 예측하지 못한 우연적인 사건이 중요한 발견으로 이끄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 경우가 그렇습니다.
약 한 세기가 지난 1878년 경,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가금류 콜레라(fowl cholera)를 일으키는 세균(Pasteurella multocida)을 배양하는 데 성공하였고, 이를 닭에 주입하면 치명적인 콜레라가 발병함을 확인했습니다.
이듬 해 파스퇴르는 조수에게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에 신선한 P. multocida 배양균을 새로 들어온 닭 집단에 주입하도록 지시했지만, 조수는 이것을 잊어버리고 휴가를 떠났습니다. 한 달간 휴가를 끝내고 돌아온 조수는 실험실에 방치되어 있던 배양균을 닭에게 접종했는데, 접종된 닭은 놀랍게도 가벼운 증상을 나타내었지만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이때, 다른 과학자라면 배양균이 대부분 죽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단순히 결론 내렸을지 모르지만,
파스퇴르는 흥미를 느끼고, 닭들이 회복한 이유는 배양균이 산소에 노출되어 병독성이 감소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회복된 닭 그룹과 신선한 닭 그룹에게 갓 배양된 P. multocida를 주입해 보았습니다.
실험 결과, 그는 신선한 닭 그룹은 폐사하였지만, 회복된 닭 그룹은 모두 콜레라에 면역을 나타낸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파스퇴르는 이러한 발견을 다른 질병으로 확장하여 약독화시킨 병원균을 백신으로 투여해보는 실험을 지속하였습니다.
*파스퇴르는 제너의 우두 접종에 대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 약화된 균주를 백신(라틴어 vacca에서 유래, "소"를 의미)이라고 불렀습니다.
1881년 파스퇴르는 양에게 탄저균 백신을 실험해봅니다. 먼저 열처리하여 약화시킨 탄저균(Bacillus anthracis)을 한 그룹의 양에게 접종하고, 이후 그 그룹과 백신 접종 하지 않은 다른 그룹에 약화되지 않은 탄저균을 접종해 보았습니다. 약독화된 백신을 접종한 양은 모두 살았고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양은 모두 죽었습니다. 이 실험은 면역학 분야의 시작을 알린다고 할 수 있는 중요한 실험으로 여겨집니다.
1885년 파스퇴르는 이제 사람에게 그의 백신 이론을 적용해 보았습니다.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14군데나 물린 요셉 마이스터(Joseph Meister)라는 9세 소년을 당시에 병원에서는 살릴 길이 없었습니다.
이때 파스퇴르는 자신의 백신을 접종해볼 것을 제안하였고, 소년에게 13회에 걸쳐, 뒤로 갈수록 점점 독성이 강해지는 약독화된 광견병 바이러스 백신을 투여하였습니다.
광견병은 잠복기가 3주에서 3개월이 되어, 바이러스가 아직 중추신경계에 도달하지 않고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하기 시작하지 않은 한, 노출 직후에 백신 접종했을 때 성공할 수 있는 극소수의 백신 중 하나라고 합니다.
다행히도 소년 조셉은 살았고, 그는 나중에 파스퇴르 연구소의 관리인이 되었습니다. 이 연구소는 많은 광견병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1887년에 문을 열었고, 오늘날까지도 전염병 예방 및 치료에 전념하는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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